음악취향Y

Y-Best

Heaviness 50+5 33위

블랙홀 (Black Hole) 『City Life Story』

1,045 / 작성일 : 2010.04.09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6; Volume 5; 레이블 EMI

블랙홀은 헤비메탈과 하드락 양쪽 팬층의 지지를 받는 흔치 않은 밴드이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1974)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된 이 멋진 앨범이 '겨우' 33위에 랭크된 것은 역으로 이들이 가진 역량을 말해준다.

주상균을 축으로 드럼 김응윤/베이스 정병희 체제에서 나온 세 번째인 이 앨범에서는 데뷔 7년차 밴드의 여유로움과 파워를 두루 보여주는 원숙함이 배어난다. 마음껏 출력을 올려제끼는 전형적인 헤비메탈 넘버 「포커페이스」와 「바람을 타고」, 「낙원탈출」에서는 락의 정신적 고향인 하층 노동자 청년들의 감수성이 물씬 느껴진다. 포크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꿈 속의 나의 집」과 코러스를 매개로 포크와 메탈을 눈부시게 오가는 「앵벌들의 합창」은 자고 나면 새로운 장르가 나오는 서구 락을 숨가쁘게 학습해야 했던 한국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곡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이 앨범은 '센 거 찾는' 메탈 팬들에겐 좀 말랑말랑하다. 그러나 안정된 멜로디와 가사에는 기존 팬층을 넘어서는 성숙한 세계관이 엿보인다. 살아남기 가혹한 한국 음악판에서 블랙홀이 예외없는 장수를 누린 비결은 메탈의 형식과 포크의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 주상균의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된 건 물론이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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