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Electronica 20 6위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Techno@kr』

1,594 / 작성일 : 2008.07.11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9.09; 레이블 DMS Trax

엄밀히 따지자면 대한민국 최초도, 최고도, 레전드급 마스터피스도 아닌 컴필레이션 『Techno＠kr』. 하지만 이 앨범 한 장이 한국 전자음악 역사에서 갖고 있는 독보적인 무게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기 힘들다.

하이텔 전자음악동호회 21세기그루브와 전자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던 레이블 DMS Trax의 합작품인 이 앨범은 '삐-삡삐 삐삐삐삐' 소리에 맞춰 벽을 잡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몸짓을 '테크노'라고 부르던 세기말의 이들에게는 흡사 미확인 비행물체와도 같은 앨범이었으리라.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서서히 태동하고 있던 1999년 대한민국 일렉트로니카… 아니, 테크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이 앨범은 존재 자체로 한국 전자음악씬의 '한 때'를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 데이트리퍼, 프랙탈, 캐스커, 모하비 등 그때도 지금도 한국 전자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들이 그득하다. 지금은 메이저씬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가재발이나 세인트바이너리의 초기 작업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시 유행하던 하드코어하고 미니멀한 트랙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노이즈가든의 기타리스트 윤병주나 박혜경, 김혜림 등 인디와 오버를 아우르는 게스트 뮤지션들의 참여와 이름이 눈에 띈다.

덕분에 전자음악이 많이 친숙해진 지금보다 오히려 10여년 전의 이 때가 이 바닥의 호시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전자음악이 발을 붙인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노래를 부르던 시절의 열정적인 기념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