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est

음악취향Y Best 100 53위

동물원 『두 번째 노래 모음』
92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8.09
Volume 2

단언하건데, 동물원이 아니었다면 순식간의 욕망이 우리를 그물처럼 옥죄던 90년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삭막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친구에게 들려주는 소소한 일기장 같은 노랫말, 결국 서랍장 안으로 밀어 넣었지만 신열을 앓던 시절이 생생하게 잡힐 것 같은 지난 꿈을 담은 동물원의 노래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조금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동물원의 이러한 시대적 효용은 ‘투쟁적 혁명 세대’라 불리는 386 세대에게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보편에 대한 이야기가 연예인이 아닌 보통사람의 목소리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동물원은 음악적으로 포크의 마지막 계승자라는 타이틀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에 녹아 있는 배경들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김광석과 박기영이 노찾사와 민중가요라는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김창기는 「사랑의 썰물」(1987)을 만들었던 주류 작곡가였으며, 유준열은 아마추어 언더그라운드를 증명하는 인물이었다. 또한 이들을 처음 기획한 김창완은 한국 록의 평지돌출로 평가되는 산울림의 좌장이었다. 이런 다양한 음악적 배경과 진실한 노래를 견지해 내려는 초심이 동물원을 세련된 대중음악의 각축장 90년대를 지나 오래도록 꾸준한 팀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에 변하지 않는 초석으로 기억될 아름다운 시작이 여기 있다.


데뷔앨범 『동물원』(1988) 역시 「거리에서」, 「변해가네」, 「말하지 못한 내 사랑」같은 명곡들을 담고 있는 중요한 작품이지만 연주와 노래에서 아마추어의 거친 질감을 함께 드러내고 있는데 반해, 이 음반에 이르면 아마추어의 순수한 열정은 그대로 남겨둔 채로 프로페셔널한 세련을 더해 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또 다른 진경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이런 독특한 출사표는 서정과 열정을 오가는 두 번째 트랙 「동물원」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김창기의 「혜화동」은 그 감성 그대로 동물원의 정체성이 되었으며, 유준열이 작곡한 「새장 속의 친구」의 재지한 분위기는 팀에 활기를 불어 넣는 제2의 심장이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김광석의 맑은 샤우트로 앨범을 마감하는 「흐른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 있다. 다시 들어도 아름다운 음반이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창기
    김창기
    -
  • 2
    새장 속의 친구
    유준열
    유준열
    -
  • 3
    동물원
    김창기
    김창기
    -
  • 4
    이별할 때
    박경찬
    박경찬
    -
  • 5
    별빛 가득한 밤에
    박기영
    박기영
    -
  • 6
    잘 가
    박기영
    박기영
    -
  • 7
    길 잃은 아이처럼
    유준열
    유준열
    -
  • 8
    혜화동
    김창기
    김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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