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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nica 20 20위

클래지콰이 (Clazzquai) 『Instant Pig』

882 / 작성일 : 2008.06.19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4.05; Volume 1; 레이블 플럭서스

클래지콰이의 데뷔작 『Instant Pig』는 발표와 동시에 ‘라운지 음악의 열풍’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낸 보기 드문 사례이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음악이라고나 할까. 배경에는 분명 일렉트로니카의 작법을 따르고는 있되 이전의 한국 대중음악에서 보기 드물었던 다양한 월드뮤직의 리듬의 색다른 변주, 그리고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한 호란과 알렉스의 독특한 보이스 컬러가 있다. 이 둘이 어우러지며 그전에 듣지 못했던 이국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이 앨범에 이런 것만 존재했다면 그렇게까지 유행의 맨 앞에 있지는 않았을 터, 가장 큰 미덕은 역시 부담 없이 느낄 수 있는 달짝지근한 멜로디라인이다. 『Techno＠kr』(1999) 세대들이 갖고 있던 강력한 아우라는 없다. 하지만 격렬히 춤을 추는 클럽이 아니라면 이 정도가 그저 적절하다. 보컬 일렉트로니카 계열 앨범이 청자들에게 각인되려면 한 번에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 메이킹 능력과 그에 어울리는 보컬리스트가 필수 조건인 것이다.

「Stepping Out」을 차에서 크게 틀고 드라이브를 하면 어떨까. 「Sweety」의 주고받는 보컬이 주는 부드러운 긴장감이란. 「You never know」, 「Gentle Rain」의 부드러움은 또 어떤가. 「My Life : Boom Remix」처럼 과한 것도 있지만, 어쩌랴. 강호에 뛰어든 초짜배기 소년무사의 결기를. 한국 일렉트로니카의 계보는 본 앨범을 기점으로 감상의 시대에서 BGM의 시대로 전환되었다고 해도 손색없다. 흐름을 바꾸는 하나의 작품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쏠리지만 않는다면 선택은 결국 청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클래지콰이 #Electronica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