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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nica 20 10위

서태지와아이들 『Live & Techno Mix』

1,437 / 작성일 : 2008.07.11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2.12; Volume EP; 레이블 반도음반

서태지는 자타공인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 거대한 아우라가 디테일을 덮어버리기 때문인지 정작 음악을 평가할 때 소홀히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간 논외로 여겨온 서태지와 전자음악의 관계도 그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를 재조명할 때 반드시 등장해야 할 앨범이 바로 『Live & Techno Mix』다.

1집과 2집 사이에 발표된 이 앨범은 특별한 성격을 갖는다. 1집 콘서트의 라이브 음원과 스튜디오 믹스 버전을 함께 담아낸 것. 앞부분을 보면 보통의 라이브 앨범이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뒷부분이다. 당시 대단한 히트를 기록한「환상속의 그대 Part Ⅲ」와 「이 밤이 깊어가지만」이 출중한 감각의 테크노팝이란 점은 차치하고라도 「환상속의 그대 Part Ⅳ」 에 이르면 완전무결한 일렉트로닉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것은 가요화된 댄스음악이 아닌 오리지널 트랙이다. 테크노 사운드의 정점인 롤랜드303과 909, 그리고 90년대를 풍미한 후버(Hoover)톤까지 재기있게 활용한 수작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악기들을 사용했다고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사운드의 구조적인 미학에 천착하는 것이 일렉트로니카의 본질이라고 할 때, 이미 그것에 당도했던 이 곡은 아마도 주류에서 발표된 최초의 트랙으로 기록될 만하다.

어딘가 촌스럽게 들린다면 앨범의 발매시기를 보자. 1992년이다. 거의 완전한 공백을 지나 국내에 전자음악씬이 태동한 것은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아직도 이름만 '일렉트로닉'인 음반이 넘치는 현실에서 당시의 시도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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