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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nica 20 13위

데이트리퍼 (Daytripper) 『수집가』

1,282 / 작성일 : 2008.07.03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1.01; Volume 1; 레이블 마스터플랜

데이트리퍼(류한길)의 『수집가』는 거칠고 허름해 보이지만 정감어린 커버로 일렉트로니카 음반의 미래지향적 이미지의 구현보다는, 앨범이 지닌 아날로그적인 음악적 지향점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한다.

『수집가』는 반복과 변주라는 테크노의 기본양식을 따르지만 로파이(lo-fi) 사운드와 묵직한 비트를 기반으로, 노이즈와 덥(dub)을 독특한 질감으로 혼합하여 댄서블한 음악이 아닌 정적이며 감성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들어냈다. 또 가사가 없거나 혹은 배제된 소리를 통해 회화적으로 소통하며 단절이 아닌 교감에 충실하고 있다.

이러한 교감은 그 동안 수집한 소리들을 하나하나 펼쳐 내보이는 첫 곡 「느린 발자국」부터 시작된다. 한편 『수집가』는 이전에 발매된 『Techno＠kr』(1999)과 『Plur 2』(2000)등의 테크노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호밀밭」과 「낡은 타자기」를 재수록하며 데이트리퍼가 그 동안 축적한 음악적 역량을 총집결시켜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앨범을 관통하는 거칠고 노이지한 흐름 속에서, 테크-하우스를 선보였던 트랜지스터헤드가 참여한 유일한 댄서블 넘버 「Submission」과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이 참여한 「수증기」는 강렬하고 직설적인 비트와 다소 미끈한 소리들이 각각 괜찮은 완성도를 지녔음에도 앨범의 전반적인 감상을 겉돌게 만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지 않고 언제나 정겨운 느낌은 『수집가』가 지닌 미덕이자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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