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will never die', 'Loudness를 무찌를' 거라는 반공성(?) 멘트와 달리, 부활은 비와 소녀를 이야기할 때 반짝거렸다.데뷔작 『Rock Will Never Die』(1986)에 수록된 「너뿐이야」, 「사랑이 아닌 친구」의 활기는 캠퍼스 밴드처럼 풋풋했고 「길가의 연인들」은 딱 그 무렵 한국 헤비메탈의 어느 정형에 그쳤다. 하지만 야심찬 구성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클래식 음악과의 접목을 꾀한 「인형의 부활」에서 김태원 특유의 서정은 독보적인 가치를 빛냈다.

이 특유의 서정은 『Remember』에서 앨범 전체를 정교하게 관통한다. 초기 영미권 연주자들의 고난도 연주 '재연'을 통해 돋보였던 김태원의 기타는 「Jill's Theme」이나 「천국에서」등에서 강약을 조절하며 곡도 살리고 존재감도 빛내는 묘를 발한다. 길고 복잡한 대곡을 실험하면서도 '회상'이라는 일관된 컨셉 하에 키보드의 운용 공간을 넓혀 일관된 무드를 지속하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김태원은 언젠가 '부활은 메탈 밴드가 아니다'고 선언했었다(그들이 헤비메탈 붐 속에서 얻은 수혜를 생각해본다면 다소 서운한 발언이겠지만). 다시 듣는 『Remember』는 김태원의 이런 발언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한다. 키보드 사용 비중을 넓히고 곡을 길게 늘어놓긴 했지만 이를 기교나 구성의 합으로 채우기보다는 추억과 소녀의 습기찬 이야기를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세계를 위한 이 독특한 고집 덕에 『Remember』는 지금까지도 독특한 질감의 앨범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