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33위

조용필 『4집』

871 / 작성일 : 2012.04.08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2.05; Volume 4; 레이블 지구레코드

한국적 서구음악, 모방과 현대성과 변용과 글로벌리즘에 관한 지리한 논쟁은 오늘 이 시간에도 누군가에 의해 계속된다.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조용필은 적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완전한 모방만으로도 무릇 대중음악의 현대성은 담보된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조용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 음반이 독창적인 건 흔히들 말하는 팝과 가요의 성공적 조우라든지 서구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절묘한 조화 때문이 아니라 그 개별적인 장르와 스타일을 가로지름에 있어 매번 일관된 의도를 적용해 냈다는 사실 때문이다. 들어보자. 훵크 록의 한국적 변용이라 일컬어지는 「못찾겠다 꾀꼬리」는 온갖 엇박과 변박, 고고와 디스코, 레게가 정신없이 쏟아지는 「민요메들리」와 흡사한 맥락에 놓여 있지 않은가? 「자존심」의 세련된 다운비트에 안긴 조용필의 허스키 톤은 「비련」의 애절한 프레이즈의 결에 그다지 어긋남이 없지 않은가? 강박적인 장르에의 탐구랄지 트렌디한 스타일의 기계적인 조합과 모방, 나열만으로도 버겁던 80년의 대중가요계에서 유독 조용필은 낯선 서구의 음악과 우리안의 DNA라 여겨지던 뽕의 기운 안에서 공히 같은 방식으로 조용필적인, 혹은 한국적인 사운드의 균형미를 동시에 추출해내고자 했다.

답이 없다고 잘라 끊는 건 애당초 에너지가 결여된 자들의 푸념이지 진취적인 예술가들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거인의 손위에서 낯선 것과 익숙한 것들이 명사로서가 아니라 형용사로서, 조화로이 공명하는 사운드의 미학으로 재배열 되는 순간, 한국 팝, 아니 '가요'는 가장 현대적 음악으로서의 실마리를 비로소 얻어낸다. 이런 경우는 정말이지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었다.

#80 #조용필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