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히 지나간 사랑의 기억이 가끔 돌아올 때, 그때의 너의 기억 속에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너의 기억이 날까. 《제17회 MBC 대학가요제》(1993) 대상을 수상한 전람회는 1년이 지나 신해철의 프로듀싱 하에 데뷔앨범 『Exibition』을 발매했다. 타이틀곡은 김동률이 휘문고를 다니던 시절 지었다고 알려진 「기억의 습작」 이었고, 이 곡은 「취중진담」과 함께 대중들에게 김동률을 각인시킨 발라드가 되었다. 가까이는 신해철, 멀게는 유재하의 영향권 아래에서 깔끔한 밴드 스타일의 연주와 피아노, 스트링이 혼합되는 김동률 특유의 대곡형 작편곡 방식이 돋보이는 곡이며, 능수능란한 조의 변경과 특유의 저음 보이스가 곡의 매력을 더해준다. 끝나지 않을 듯이 전개되는 특유의 엔딩방식이 돋보이며, 몇 년전 행해진 그의 투어에서는 끝마무리를 맺는 '완성형'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성은]

처음 들었던 것은 라디오가 아니라, 선배형의 자취방 안에서였다. 바삭 구운 식빵 위에 마른 잼을 발라 먹은 후 이부자리를 펴며 잠을 청하다, 짝사랑의 대상이 된 동기 아이의 이야기를 나눴고 테이프가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들을 당시부터 아연했다는 거짓말은 하지 못하겠다. 그저 휑한 마음과 하룻밤의 무게를 지탱케 한 지닌 목록 중 하나였다. 가사와 목소리는 시종일관 진지해서, 애써 부정하려 한 연정의 덩어리를 버리지도 못하고  가슴에 박은 당시의 내 입장에선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그 연정이 빠져나간 자리엔 당시의 광경이 기억이 되어 추억이랍시고 자리잡고 있다. 그 덕분에 제주도에 집 짓는 영화의 드라마틱함과는 애초에 승부가 안되는 쌉쌀한 편린이 더 깊이 스며들어 지금도 남아 있다. [박병운]